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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술 축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세계 3대 미술 축제로는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Münster)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은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동시에 열려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이번 미술이야기에서는 3대 미술 축제 중 10년에 단 한 번만 개최되는, 우리에게 가장 생소한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헤이모 조베르니그(Heimo Zobernig), Untitled, 1997, Multi-part work, various locations
Installation view 1997 © VG Bild-Kunst, Bonn 2017. Photo: Roman Mensing / artdoc.de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라는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미술 축제는 독일의 작은 대학 도시인 뮌스터에서 개최됩니다. 전시가 아닌, 프로젝트라고 축제 이름 지은 것은 작가를 초청하여 일방적으로 전시를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시민이 작품을 체험하며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전시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작은 도시인 뮌스터가 과연 어떠한 계기로 세계 공공미술의 중심지가 되었는 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시작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뮌스터시는 유명 현대 조각가인 헨리 무어(Henry Moore)에게 조각 작품 하나를 선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미술에 보수적이었던 뮌스터 시민들은 추상적인 형태를 가진 헨리무어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작품이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며 설치를 거부합니다. 이후 비슷한 사건이 한 번 더 발생합니다. 1973년, 뮌스터 시민들은 조지 릭키(George Rickey) 작가의 움직이는 조각인 ‘세 개의 회전하는 정사각형(Drei rotierende Quadrate)’이라는 작품이 설치되는 것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뮌스터 시민들에게 조각이란, 형태와 제목이 명확하고 감상에 난해함이 없어야 하는 전통적 의미의 조각이었습니다.
헨리 무어(Henry Moore), Large Vertebrae(Wirbel), 1967/68, Bronze
조지 릭키(George Rickey), Drei rotierende Quadrate, 1973
이러한 뮌스터 시민들의 현대 조각 설치에 대한 극렬한 반대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두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베스트팔렌 주립 미술관 관장 클라우스 부스만(Klaus Bußmann)과 큐레이터 카스퍼 쾨니히(Kasper König)였습니다. 두 사람은 조각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며, 뮌스터 시민들이 가진 현대 미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기획한 축제가 바로 1977년 개최된 제 1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입니다.
좌, 클라우스 부스만(Klaus Bußmann), (1941~2019)
우, 카스퍼 쾨니히(Kasper König), (1943~)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명 작가의 작품들
클라우스 부스만과 카스퍼 쾨니히는 시민들이 현대 미술을 일상에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미술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전시가 싫으면 안 가면 되지만 길거리의 조각은 안 볼 수도 없지 않습니까?'라는 부스만의 말은 공공미술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시민의 의식을 바꾸고자 하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부스만과 쾨니히는 시민들이 조각 프로젝트에 더 관심을 가지도록, 유명하고 역량이 뛰어난 작가들을 초청했습니다. 1회 조각 프로젝트 준비 당시, 현대미술 중심지였던 미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가 이 프로젝트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흔쾌히 초청에 응하며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뮌스터 곳곳에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자유롭게 조각 작품을 설치하게 됩니다. 그중 우리에게 친숙한 몇몇 작가들과 작품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백남준(Paik Namjune), TV Buddha for Ducks, 1987
백남준(Paik Namjune), 32 Cars for the 20th Century: Play Mozart’s Requiem Quietly, 1997
우리에게 익숙한 미디어아트 선구자이자 한국계 작가인 백남준 역시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초청받아 참여했습니다. 1987년 2회 프로젝트에서 백남준은 ‘오리들을 위한 TV 부처(TV Buddha for Ducks)’라는 작품을 출품하여 트레이드 마크인 TV를 사용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고, 1997년 3회 프로젝트에서는 자동차들을 은색 페인트로 칠하여 배치하고,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오디오로 재생한 ‘20세기를 위한 32개 자동차 -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32 Cars for the 20th Century: Play Mozart’s Requiem Quietly)’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평론가 찬사와 대중의 흥미를 사로잡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대표작을 만든 클래스 올덴버그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Giganten Pool Balls, 1977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대표 작품을 꼽으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거대한 풀 볼들(Giganten Pool Balls, 1977)’을 떠올립니다. 클래스 올덴버그는 뮌스터 도시 전체를 당구대로 상상하고 지름 3.5m의 거대한 당구공을 도시 내 어디든 이동하여 설치할 수 있게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지금도 호수 근처로 피크닉을 가는 많은 뮌스터 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푸른 잔디 밭 위, 빨간 강아지 작품을 선보인 키스 해링
키스 해링(Keith Haring), Red Dog for Landois, 1987
낙서화 형식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인 키스 해링(Keith Haring)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뮌스터시에 첫 번째 동물원을 만든 란돈과 도시개발로 인한 동물원 철거로 동물원에 오지 못한 아이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입니다. 키스 해링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스코트인 강아지가 마치 잔디밭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란돈을 위한 빨간 개(Red Dog for Landois)’는 뮌스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2017년 최고 인기작 아이세 에크먼의 ‘물 위에서’
아이세 에크먼(Ayşe Erkmen), On the water, 2017
가장 최근 개최된 제5회 조각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아이세 에크먼(Ayşe Erkmen)의 ‘물 위에서'라는 작품입니다. 아이세 에크먼은 강 속에 보이지 않게 폐컨테이너를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수면 위를 걸을 수 있도록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많은 관람객은 마치 기적처럼 물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통해 작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치밀한 축제 계획을 세웠던 예술 행정가, 축제 의도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했던 예술가, 현대 미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깨려고 노력하며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인 시민의 조화였습니다. 난해한 현대 미술로 발생한 시민과 예술계의 갈등을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미술로 해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현대 미술에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뚝심 있게 축제를 기획한 부스만과 쾨니히의 역할이 컸습니다. 또한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 역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굵직한 조각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시민들 역시 미술에 대한 보수적이었던 생각을 조금씩 깨고, 현대 미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나갔습니다. 미술을 매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뮌스터라는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공공미술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한국 미술계가 하고 있는 미술 일상화 프로젝트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 코샤 벤 브룽겐(Coosje van Bruggen), Spring, 2006
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 - 꽃이 피다, 2016
한국에서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처럼 미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청계천에 있는 클라스 올덴버그와 코샤 벤 브룽겐의 ‘스프링’이라는 작품은 설치 당시 많은 시민의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고, DDP 앞에 전시되었던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 - 꽃이 피다’라는 작품 역시 시민들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며 전시되었습니다. 오픈갤러리에서도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미술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오픈갤러리는 관악구 내 미술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관악문화재단과 G 아트페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김포문화재단과 함께 ‘감상일상-From Gallery To Home’ 展을 통해 지역 시민들과 소통하는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좌, 관악문화재단과 오픈갤러리가 협업한 G 아트페어 포스터
우, G 아트페어에 참여한 민준홍 작가의 작품(Utopian Complex, 2021)
좌, 김포문화재단과 오픈갤러리가 협업한 감상일상 展 포스터
우, 감상일상 展에 참여한 김선정 작가의 작품(꿈꾸는대로1380, 2019)
김포문화재단과 오픈갤러리가 협업한 감상일상 展 전경 (출처 : 김포신문)
다양한 예술 기관의 고민과 노력, 작가들의 예술적 역량, 그리고 시민들의 열린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 협력 한다면, 한국도 뮌스터만큼 세계적인 미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문을 열었던 쾨니히의 말과 함께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로 도시가 활성화되자, 뮌스터 시민들은 10년 주기가 아닌 5년 주기로 행사를 개최하자고 쾨니히에게 요청합니다. 이에 쾨니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가 이 조각 프로젝트를 계획한 목적은 경제적 이익 창출이 아니라
주민들의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예술을 통해 감동을 주고자 입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10년의 시간이 천천히 주는 아름다움이 담겨있습니다.”
참고문헌
https://www.skulptur-projekte-archiv.de/en-us/
https://www.artforum.com/news/klaus-bussmann-1941-2019-243203